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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타리 밖에 있는 축복: 01/06/2007 02:24:58

새 나라 미국에 이민 가서 성공하고 자식들도 미국에서 우뚝 서게 길러 보겠다고 마음 먹고 이민 온 지가 제법 오래 되었는데, 뒤돌아 보니 별로 이룩한 것이 없는 것 같습니다.

그런대로 돈은 벌고 있는 듯한데 도대체 이민 목표를 이루어 가는 것 같지가 않습니다. 오히려 뒤로 퇴보한 듯도 합니다. 최근에 한국에서 이민 온 사람들과 견주어 보면 더욱 그런 것을 느낍니다.

이제라도 마음 먹고 이민의 꿈을 이루어 나가겠다고 다짐해 보지만 몸이 말을 듣지 않습니다. 영어를 배워야 하겠다고 다짐하고서도 영어신문 보다는 한국 비디오 테이프에 먼저 손이 갑니다.

이웃과 교류하여야 한다고, 자식들의 학교 운동회 등에서 자원봉사도 하고 학부모회 활동을 해가며 자식들의 기를 살려야 함을 알고 있지만, 학교 근처에만 가도 몸이 얼어 붙습니다.

자식들 학우의 부모나 이웃 사람들과 교제하기 위해서는 옷도 제대로 차려 입어야 하고 김치 먹는 것도 냄새 때문에 참아야 하니 불편하기 짝이 없습니다. 자식들이 기를 펴고 당당히 자라 주기를 바라는 마음은 간절하지만, 내가 불편한 것은 감당하기가 불편합니다.

한인들끼리만 만나면 옷차림 조심할 필요도, 식탁에서의 불편한 매너를 지킬 필요도, 화제에 동참하기 위해서 신문을 읽고 공부할 필요도 많지 않습니다.

성공하는 이민자의 우선 순위를 잘 알고 있지만 ‘불편 없는 사회’ 울타리 밖으로 나가기가 겁도 나고 몸도 말을 안 듣습니다.

성공을 해야 할 자식들에게 미안할 때가 많지만 외면을 계속합니다. 그래서 우리들은 불안합니다. 더욱이, 집 밖의 일들을 보니 자식들에게 큰 죄를 짓는 것 같습니다.

미국의 중요한 국방 기밀을 다른 나라에 몰래 넘겨준 후 발각되어 구속된 이민자가 있었습니다. 한국에서 온 ‘로버트 김’이라고 합니다. 미국 군대에 자원 입대, 충성을 선서하고 한국에서 근무한 이민자가 북한의 스파이라고 합니다. 그도 한국에서 온 ‘장민호’라고 합니다.

요즈음 한국에서는 반미를 유행처럼 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한국을 우방이라고 옛날처럼 생각하는 미국의 이웃이 적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피나는 노력으로 학교와 직장에서 인정받고 있는 우리 자식들도 한국에서 온 이민자의 자손이니 사회에서 직장에서 눈총을 받을 것 같아서 불안합니다.

우리를 한국으로 이민 간 미국인들이라고 입장을 바꾸어 생각해 보니 우리가 모래 땅에다 집을 짓고 있는 것 같아서 부끄럽습니다.

‘새해에 복 많이 받으라’는 친구가 보낸 카드를 받아 들고 축복의 의미를 생각해 봅니다.

어렵게 지은 우리들의 집, 그 기반을 반석으로 바꾸기 위해 어렵겠지만 ‘편안’한 울타리를 과감히 넘어야겠다고 결심합니다.